Saipan No.13 Saipan No.13 소시적 어줍잖게 철학이란걸 좀 공부해보겠다고 기웃거린 적이 있다. 당췌 이해되지 않는 용어들과 설명을 풀어놓던 대학교의 교양철학강의를 들으면서 철학은 나에게는 이해불가의 영역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말았다.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대학생이라면 철학과 관련된 몇가지의 인물에 대해서는 아는척이라도 할줄 알아야 "대학생스럽다"라는 인정을 받을수 있었다. 해서...어디가서 말하면 "아..그 철학자 아는구나" 라고 인정받고 또한 쉽게 아는 척 할수 있는 프로이드와 융의 책을 몇권 사서 읽었다. 사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내용의 10%도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고, 아는척 하기위해 그저 몇개의 관련용어와 흥미를 유발할수 있는 몇개의 내용들만 내가 정말 아는것처럼 말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한 일이지만 그 유치함이 있었기에 대학생스러웠던것이 가능했다. 덕분에 철학이란 것을 지렁이보듯이 하는 고지식한 사람은 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 시절. 즉 잘난체하는데 써먹기 위해 철학을 접했던 무렵. 플라톤을 읽게 되었다. 지금이야 인터넷덕분에 플라톤이 어떤 철학가인지 알기 쉽지만 당시는 고등학교때 입시를 위해 배운 내용이 전부였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며 "이데아론" 을 펼쳤으며 "유물론"과 대립하였다 정도였다. 플라톤의 철학을 아는게 아니라 플라톤이란 이름과 경력사항만을 아는 상태에서 만난 플라톤은 신선했다. 대화를 통한 그의 철학에 관한 책들은 비교적 쉽게 주장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쉬웠다. "동굴의 비유"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어서 요즘도 가끔 술자리에서 써먹기도 한다. 동굴속에 갇혀서 모닥불에 비친 그림자만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죄수들이 바라보는 세상. 죄수들에게는 자신의 모습도 동굴밖의 세상도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연히 동굴밖으로 나갔다 온 죄수는 동굴밖에 진실된 세상이 존재하고, 동굴속의 세상은 단지 그림자 즉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동굴밖의 세상은 진리이며 동굴속에서 지금까지 바라본 세상은 허상이라는 것을 인간세상에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과연 동굴밖세상을 알게된 것이 행복일까? 어울리지 않는 비유같지만 외눈박이 세상에서 두눈박이는 정상이 아닌것으로 취급당한다. 진리의 한쪽눈을 가지게 되었지만 모두가 진리의 눈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은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내 멋대로 생각이지만 동굴밖의 세상도 또 하나의 허상인 세상에 불과할수도 있지 않는가?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가 호수를 만나 호수가 절대적인 세상이라 생각하지만 개구리는 강도 바다도 보지 못한체 호수가 전부라고 할수도 있지 않는가? 문득 동굴사진을 보니 내가 과연 바다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된다. <><><><><><><><><><><><><><><>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이 아름다웠으면 합니다 늘 즐거운 사진생활하시길 바랍니다. <><><><><><><><><><><><><><><> 사진설명) 사이판 그로또. 일반적인 펀다이빙으로도 다이빙이 가능한 비교적 안전한 동굴. 하지만 어느정도 다이빙경험이 있고 폐쇄공포증이 없어야 한다. 사족) 가끔 바다속에서 플라톤의 동굴이야기를 떠올린다. 바다속에서 실제로 보는 사물의 색상들은 수중사진가들이 플래쉬를 사용해서 촬영한 색상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비단 바다속뿐만 아니라 육상에서도 빛에 의해서 사물의 색은 변한다. 과연 색은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사물의 색은 플라톤의 동굴에서처럼 그저 모닥불에 비춰진 그림자에 지나지 않을까?
debelius
2011-05-07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