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표류기. 이게 가긴 가나? 묻고 싶어지는 오토바이, 브레이크라도 한번 잡아볼라치면 노쇄한 관절 곳곳이 과감하게 일이키는 마찰음은 흡사 "오메 나 죽네" 소리라고 해도 무방할듯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쳐데는 굉음을 지닌 그 낡은 오토바이를 이게 뜨긴 뜨나? 의문을 품게 만드는 배, "배는 생긴데 의미가 있는 거야, 배라고 해서 꼭 떠야 된다는 관념은 버려!" 라고 외치는 듯한 다 녹슬어 빠진 배에 싣고 노심초사 도강을 하는데, 어떤 양키 녀석이 나를 가르키며 외친다. 이지 라이더(Easy Rider)!!! 저런 저... 저 무지한 쌍것이 있나. 어른을 보면 응당 고개를 숙여야 할 일이거늘 대놓고 손가락 질이라니. 이지 라이더란 영화가 있다. 하여간 복잡해도 그렇게 복잡하기 어려운 상황을 영화 안에서가 아닌 밖에서 구현한... 감독과 작가 배우 각자가 스스로의 목청을 성심성의 껏 자랑하는 것으로 모자라 한 데 모여 주먹질에 매진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갈 때까지 가 보자' 라는 심정으로 법정으로 출두해야 하는 와중에 섹스 스캔들까지 섞어모아, 그야말로 부대찌계스러운 막장을 연출해야 했던 해프닝을 후일담으로 지닌 영화. 그 요란한 바깥 사정이 그러했으리만치, 영화 자체가 보여줬던 파격과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거두절미. 히피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불러도 좋을 오토바이(콕 찝어 하레이 데이빈슨) 영화의 바이블. 조지 가라사대 "사람들은 널 두려워하는 게 아니야. 네게서 풍기는 냄새가 두려운 거야. 그들이 네게서 맡는 건 자유의 냄새야." 미국의 본질이라 불러도 합당한 청교도주의적인 권위와 2차대전 후 자유진영임을 주장하던 미국내의 파시즘이 맞물며 그야말로 숨도 쉬기 어려운 억압의 시대. 그 폭력의 사회가 잉태한 과부하. 월남전으로 도화된 반전데모와 평화시위가 인간내면의 자유의지를 촉발케함으로써 빚어진 혼란기. 바로 그 시기의 영상에 '뉴 아메리칸 시네마' 가 있었고 그 중심에 문제적 걸작 '이지 라이더' 가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참조하시라. 본래는 영화 스토리까지 풀어 놓을 예정이었으나 아... 술 오른다. 인간에게 자유란 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본질을 아는 선각자 조지(잭 니콜슨)은 자유를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의 손에 의해 죽음에 다다르고 나머지 둘 와이트(피터 폰다)와 빌리(데니스 호퍼) 역시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자유의 대변자들. "내일을 걱정하는 너희의 오늘은 죽어있어" 라며 폭풍처럼 살다가 화끈하게 적멸한 제니스 조플린, 서서히 사라지기보단 한꺼번에 불타오르는 게 낫다" 라며 생을 불싸지르던 커트 코베인, "시여, 똥이나 싸라" 라며 파리를 떠나 아프리카로 향한 아르튀르 랭보. 애써 모른 척, 또는 아닌 척... 눈 가리며 아옹하며 살아온 우리내 보통의 삶이란 것이 그 얼마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지를 한 순간에 명징하게 보여주는 자들. 보고픈 님은 소식도 없는데 꼬박 꼬박 제 날짜에 맞춰 청구되는 카드 값,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아파트 중도금, 요로결석이나 심근경색 따위을 걱정하며 내일을 위한 보험을 마련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그들은 열망의 대상인 동시에 우리내 삶을 송두리 째 흔들어버리는 생존의 적이다. 그렇타. 자유란 단지 원할 때와 행동할 때에의 간격에는 34평 아파트와 3500cc 세단으로는 절대로 메울 수 없는 천양지차의 틈이 있다. 올인이 없는 삶. 삶이라는 게임에 있어 삶이라는 판돈을 걸지 않는 시시한 인생. 서른 넷 나이에 가진 것 없는 나, 꿈꾸는 죄로 오늘도 불행하다. 아, 그리운 그대도 곁에 없는 비굴한 생(生... 생긴 것도 참 지랄같이 생겼네). 때 없는 꽃이 피는 가을이라면 그것이라도 핑계삼아 목을 메달고 싶은 날. 죽지도 못 하고 죽어라 술만 마시는 오늘. 아, 잦 같아라. 수정과 위에 둥둥 떠 다니는 잦같은 신세여라.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뭐, 그럼 그러시던가.
다동
2011-10-10 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