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5.21 그리고 10년 - 4 <생각의 차이> 호텔에서 나와 아테네 시내를 관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첫번째 여행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 호텔 로비에서 받아온 지도를 펼쳐 몇몇 유명한 광장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유명한 거리들을 방문지로 정해놓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빠른 시간안에 돌아 볼 수 있는 경로들을 지도에 그린 후 첫 목적지로 파르테논 신전을 가기로 합니다. 호텔은 아테네 중심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사방으로 이동할 때 지하철을 타면 어느 지역이든 쉽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 골목 골목 사이로 경찰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시끄럽고 이내 곤봉을 든 경찰들이 한 청년을 둘러 싸서는 질질 끌고가는 장면이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한바탕 소동에 먼지가 날리며 시끄럽던 거리를 물 자동차가 강력한 물줄기를 뿜어내며 길가로 먼지며 쓰레기들을 밀어 냅니다. 그리스는 청소를 이렇게 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테네 지하철을 타기 위한 표구매와 개찰구 통과 등 대부분의 통역 과정들을 무사히 할 수 있었던건 아내의 힘이 컸습니다. 12년전 신혼여행을 갔을 당시만 해도 큰 어려움 없이 짧은 영어로 무사히 여행을 마쳤던 것 같은데.. 그 후 영어를 관심 밖으로 던져 놓은지 오래되었던지라 말문이 쉽게 막혀버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였고, 그때마다 아내는 놀라운 모습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자주 영어 동화책과 영어 교재들을 읽고 공부해왔던게 많은 도움이 되었나 봅니다. 그렇게 도착한 역에서 나와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니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습니다. 신전이 있는 공원 입구에 다다르니 이내 지쳐버렸고 슬슬 여행보다 부족한 휴식을 위해 잠이나 실컷 자고 싶다는 악마의 유혹이 슬그머니 고개를 듭니다. 신전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고 넓은 곳으로, 챙겨간 그리스 여행 안내 책자에는 파르테논 신전 이외에도 그 주변 신전까지 소개되어 있어 아내는 가급적 많은걸 보고 싶어했습니다. 무거운 몸뚱아리, 여행에서 누적된 피로, 겹치는 불운, 준비 과정의 실수 등등.. 여러모로 몸과 마음이 지친터라 굳이 비슷한 신전들을 더 본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어서 아내 의견에 반대하였고 이런 제 모습에 아내가 화가 났습니다. 짜증이 잔뜩 난 아내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파르테논 신전 속 대부분의 사진에서 웃음기가 사라졌습니다. 결국, 아내는 제 의견대로 다른 신전 관광을 포기하고 시내 관광을 위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시는 오지 못할 여행지에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한편으론 더 효율적인 여행을 위한 선택이었으리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어떤 생각을 할지 머리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덧, 본 여행기는 Prologue와 Epilogue를 포함한 총 16부의 연작입니다. 궁금해 하시는 그 사건은 마지막 Epilogue 편 귀국길에 벌어집니다.
싸구려찬장에붙은칼라사진한장
2012-02-13 09:30